생활정보

반딧불을 구경할수 있는 숲 옥천

OptimusJB 2020. 3. 15. 19:25
개구리가 울기 시작하고 풀벌레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할때 쯤이면 밤에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 사실 요즘처럼 청정한 5월의 문턱에는 가끔이 아니라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숲길을 걸으며 밤에 녹아든 많은 생명들을 훑으며 나도 그 자연 어느 모퉁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 언젠가 그 마음으로 우연하게 떠난 곳에서 밤이 내린 숲길을 걸으며 반짝이는 요정의 무리를 만난 곳. 여행기로 알리기에도 왠지 미안해서 그저 청정지역이 유지되도록 아끼고 보존하고 싶은 곳. 한국에 존재하는 몇안되는 반딧불이 서식지, 이 곳은 옥천 안터마을이다. 옥천 안터마을은 사실 매월 봄마다 반딧불 축제를 연다. 참가비 오천원을 내면 반딧불 서식지로 안내자가 직접 설명과 함께 어둑어둑한 길을 안내해 주는 소소한 축제다. 한때 음악을 같이 했었던 우리 셋은 술을 진탕 마시고 끝내는 주말보다 반딧불이가 나온다는 이 길을 걸어보는 것을 선택하고 즉흥적으로 옥천으로 떠났다. 때는 5월 말, 도착한 안터마을은 광공해가 거의 없지만 듬성듬성 있는 민가를 잇는 길들만이 환하게 불이 밝혀져있었다. 안터마을 주변에는 꽤 큰 강이 흐르는데 이 주변에도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있었고 축제로인해서인지 사람들이 꽤나 모여 있었다. 축제기간이 아닌 평소에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일이 거의 없는 곳이라고 한다. 지겹다. 이 얼굴들. 여기까지 와서 맥주를 마시겠단다. 여행과 맥주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맥주를 택할 분들. 그러나 사실 저 맥주처럼 보이는 캔은 무알콜 맥주다. 여행지에서 매너를 지키면서 맥주맛을 느끼고 싶을때 무척 유용하다. 맛도 굉장히 훌륭하다. 달달한 음료를 입에 축여서일까. 안내자를 따라 반딧불이가 사는 깜깜한 숲으로 들어서니 공기마저 달다. 밤 9시나 되어서야 시작하는 이 행사는 반딧불이의 서식지를 해치지않기위해 불빛조차 금지하고 맨눈으로 암적응 후 진행한다. 핸드폰 빛조차 내지않고 자연이 내는 빛에만 의지해 걷는 길. 뭔가 정말 대자연의 일부분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암적응이 된 이 깜깜한 숲은 생각보다 밝다. 모든 물체는 빛을 낸다고 하더니, 정말 검게만 느껴졌던 숲의 밤은 여러가지 색으로 빛나고 있다. 무알콜 맥주에 취한듯, 달달한 숲 공기에 취한 듯 선선한 5월의 밤. 습기를 머금은 이파리가 빛난다. 그리고 야광빛을 담은 수많은 푸른 빛들이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날아오른다. 반딧불이였다. "와아!" 사방으로 날며 춤추는듯한 반딧불이의 움직임에 감탄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리에도 민감한 반딧불이를 위해 시끄러운 소리도 줄여달라는 안내자의 말에따라 자연의 일부분이 되려 노력, 또 노력하며 걸어갔다. <안터마을 숲 속에서 가장 좋아했던 나무> <안터마을 숲속, 나무와 반딧불이의 빛> 반딧불이 가장 많이 서식한다는 깊은 숲에 다다르자 또다시 주위에서 푸른 야광빛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한 우리는 넋놓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마침 하늘엔 총총 별빛까지 반짝인다. 세상 처음 겪어보는 황홀감이었다. <반딧불이의 숲에서 반딧불과 함께 우리 셋_1> <반딧불이의 숲에서 반딧불과 함께 우리 셋_2> <반딧불이의 숲에서 우리 셋_3> 반딧불이는 흔히 개똥벌레라고도 하고 야광빛을 내는 몸 빛깔은 사실 검은색이다. 배마디 끝 마디에 연한 노란색 빛을 내는 기관이 있다. 짝짓기를 하기위해 빛을 내는데 이 원리는 루시페린이라는 성분이 산소와 반응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애벌레는 수중생활을 하고 두세달간의 번데기생활 후 5월 말, 6월 경에는 어른 벌레가 되어 빛을 내며 밤에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빛을 내는 반딧불이의 군무> 수명은 2주 정도로 이슬을 먹고 산다. 이슬만 먹고 사는 이 여리고 맑은 생명은 안타깝게도 알을 낳고 이주 후에 자연적으로 죽는다. 신기한 점은 어른벌레 뿐만 아니라 알, 애벌레, 번데기도 빛을 낸다는 것이다.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관람객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오염등으로 거의 사라져 쉽게 볼 수 없다. 나 어릴때만해도 할머니 집에가면 가끔 만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일대가 국내에선 가장 큰 서식지이나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특정 축제에만 개방하는 식으로 보호하고 있다. 한때 음악을 같이 했었던 셋이서 이 황홀한 풍경을 함께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음악 하나가 생각난다. 빛과는 상관 없을 것 같던 숲의 밤이 이렇게나 아름답게 빛난다는 것. 어둠이 내린 깜깜함을 걷고 나서야만 알게된 숲의 이면. Owl city의 노래처럼 모든 것들이 보이는 것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 아름다운 음악의 노랫말처럼 잠들지 않고 모든 감각 세포를 깨워야 할 것 같다. 십만마리의 반딧불이에 둘러쌓여 수천번의 포옹을 받는 그런 황홀한 꿈을 꿔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