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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 바이러스란 무엇일까

OptimusJB 2020. 3. 17. 17:40
역사상 천연두 바이러스는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해왔다. 인류 역사에 빈번하게 출현해 엄청난 파괴 효과를 보여주고 사라졌던 천연두 바이러스가 과학을 무기 삼은 인간에 의해 완전히 박멸된 것은 천연두 백신주 바이러스 발견 덕분이다. 중국, 인도 및 중동 지방에 알려져 있던 인두접종법을 알고 있었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우두 바이러스(cowpox virus)에 감염된 목동들이 미약한 천연두 증상을 나타낸 뒤 천연두에 대한 보호력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당시 제너는 우두 바이러스의 개념은 몰랐다). 우두 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이 폭스 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바이러스이다. 우두 바이러스는 젖소 등을 감염시킨 뒤 사람의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사촌 같은 바이러스지만 훨씬 약한 병원성을 나타낸다. 제너는 젖소의 우두병변에서 얻은 고름을 사람에게 접종(우두접종)하면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우두는 라틴어로 ‘백시니아(vaccinia)’이다. 제너는 우두 바이러스를 접종하는 시술을 ‘백시네이션(vaccination)’이라 명명했다. 현재 우리가 미생물 예방접종에 사용하는 백신(vaccine)은 제너가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다. 제너 이후 천연두 예방접종법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19세기 말까지는 소의 피부병변으로부터 얻은 백신을 직접 접종하거나 접종받은 사람의 병변을 다음 사람에게 접종하는 arm-to-arm 방법으로 백신을 접종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다른 세균에 오염된 백신 접종으로 인해 결핵, 매독, 파상풍 등의 감염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1898년 영국의 의사 시드니 코프먼(Sydney Arthur Monckton Copeman)은 순수한 글리세린과 백신주를 섞으면 백신주가 글리세린에 용해되지 않은 채 퍼져 있는 혼합물 세균의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코프먼의 방법에 의해 생산된 천연두 백신은 완벽한 멸균 상태는 아니었으며 보관상의 문제도 있었다.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에 영국의 세균학자 레슬리 콜리어(Leslie Collier)가 페놀을 사용해 세균 오염을 감소시키고 동결건조방법을 사용해 보관이 용이한 천연두 백신을 개발했다. 콜리어의 방법을 보완해 생산된 백신은 1967년 시작된 WHO의 천연두 박멸 캠페인에 사용되었다. 이후 미국의 세균학자 벤자민 루빈(Benjamin Rubin)이 이용하기 쉽고 생산비용이 절감된 분지침(bifurcated needle)을 이용한 천연두 백신 접종법을 개발했다. 1968년부터 WHO의 천연두 박멸 캠페인에 사용되었다. WHO의 전 세계적인 천연두 박멸 캠페인을 통해 1977년 10월 소말리아에서 마지막 사례가 발견된 이후 천연두 바이러스는 인류의 역사에서 사라졌다. 1979년 12월 WHO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박멸을 선포했다. 공식적으로는 자연계에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천연두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인간의 탐욕 천연두 바이러스의 박멸이 선포되자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 이후 천연두 예방접종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천연두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2003년부터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박멸되었다고 공표된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이 왜 다시 필요하게 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천연두 바이러스 재창궐의 위험성은 자연의 섭리가 아닌 인간에 의해 제기되었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에 의한 생화학무기로 천연두 바이러스가 이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천연두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천연두 바이러스의 박멸을 선포한 1979년으로부터 1년 전, 버밍햄 의과대학(University of Birmingham Medical School)에서 사고로 인한 천연두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가 발생했다. WHO는 여러 연구시설에서 보관 중이던 천연두 바이러스들을 파괴한 후 당시 생물안전 4등급 시설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과 소련 두 곳의 WHO 표준 실험실로 이관해 보관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천연두 바이러스의 역습에 대비하기 위해 당시 최고의 파워를 갖고 있던 두 국가가 사이좋게 나눠서 보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파괴되지 않았거나 불법적으로 유출된 천연두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화학무기 개발의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천연두 예방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박멸했던 천연두 바이러스가 인간에 의해 재탄생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