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만 빛나는 곳은 내게 재미없지, 사실 대전의 갑천은 밤에 더 아름답게 빛난다. 광활하다라는 표현까지 어울릴만큼이나 넓게 트인 하늘에 금강의 지류답게 무수한 초록의 생명력. 낮에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을 밤이 되어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잘 마련되어있어 혼자서도, 또 둘이서 야간 라이딩도 즐겁다. 가끔씩 맥주하나를 사서 목적지에서 마시는 여유까지 부렸던 우리. 사실 외국에서는 길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금지하는 곳이 많아 길가 아무데나 앉아 산뜻한 공기에 지지- 하고 우는 풀벌레 소리를 음악삼아 마시는 맥주 한캔은 우리나라만의 큰 매력이 아닐수 없다.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 패달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자정을 넘긴 시간. 오늘 라이딩은 혼자다. 밤늦게 산과 숲을 산책하는 것은 위험하다지만 오늘은 내 최대 무기인 자전거를 타고있고 이상하게도 나는 늦은 밤이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잠들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갑천의 밤풍경 1>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구름 가득했던 하늘도 드디어 점점 민낯을 드러낸다. 행여나 싶어 늘 들고다니는 삼각대를 바닥에 놓고 한컷한컷 정성스레 담는다. 왠지 푸른 밤공기까지 카메라에 담길것만 같다. <갑천의 밤풍경 2> 드디어 구름이 완전히 걷혀 하늘이 넓고 환하게 열렸다. 수변공원 길을 별빛과 달빛이 수놓는다. 기묘하게 흩어진 빛들이 목적없이 나섰던 나를 이끈다. <갑천에 환하게 열린 밤하늘> <갑천 밤하늘 타임랩스> 바람이 빠른 날은 하늘이 청명하다. 구름의 흐름이 시간성을 표현해주기도 하고 반짝이는 별까지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바람이 빠른날은 밤하늘 타임랩스를 찍기에 좋은 날씨다. 하지만 추우니 옷을 단단히 입자. 요즘 타임랩스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기본으로 내장되어있어 삼각대만 있으면 촬영하기 쉽다. 하늘이 갑자기 열렸던 데는 이유가 있다. 빠른 바람이 부는 것. 밤공기는 온화해서 다행이지만 여분의 옷을 입지 않으면 큰일이었을것 같다. 갑천의 특이한 장면인 공장 연기들도 바람을 따라 흩어지고. 연기를 내뿜는 공장들이 왠지 유령같다. 모두들 잠든 이 밤에 홀로 깨어 숨을 내쉬는 유령. 무섭지않고 왠지 안쓰러운 외로운 유령. 이 공장안에는 나처럼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노동자들이 밤을 지새우고 있을거란 생각을 하니 괜히 더 마음이 좋질않다. 아차, 내 잉여로운 불면을 그들의 밤새어 하는 온몸 노동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 오늘 내 노동력은 그들과 비교하면 미약하게도 패달을 밟은 발끝과 셔터를 누르는 손끝에만 있다. 그럼 뭐 어때, 하고 다시 힘차게 바람을 가른다. <갑천의 밤풍경 3> 갑천의 가장 큰 장점은 드넓게 트인 풍경으로 인해 인가 가까이서 별을 보기에 알맞다는 점과 밤에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여러방향으로 나있어 다이나믹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강을 따라 한 방향만 자전거길이 나있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나있다. 마치 거미줄처럼 말이다. 길도 정비가 무척 잘 되어있어 안전하고 깨끗하다. 길을 잃을 수도 있는 단점이 있지만 요즘 스마트폰에는 지도 어플이 잘 되어있어 그럴일도 거의 없다. 물론 어두운 곳도 많기 때문에 야간 라이딩을 안전하게 즐길려면 자전거의 랜턴과 이마에 끼는 헤드랜턴은 필수다. 밤늦게 자전거를 타다보면 종종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무섭다기보다는 괜히 안심이 된다. 이 시간에 이 길 위에 깨어있는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것이. 그래서 더 용기를 내게 된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패달을 밟고 마음에 드는 곳에 서서 촬영을 하는 일에 말이다. 갑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일주 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기다림을 잘 못하는 나는 5분이 최대다. 갑천 위로 북극성이 빛난다. 별 일주 사진을 촬영할때는 북극성을 중심에 맞추고 광각렌즈를 사용하면 별들이 북극성 중심으로 원형으로 돌아가는 효과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별은 북반구에서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남반구에서는 남십자성을 중심으로 일주 운동을 한다. 우리나라는 북반구이므로 북극성에 맞추고 촬영을 하면 궤적사진을 얻게된다. 하지만 이것은 알고보면 별이 일주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자전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신비롭게도 사진을 통해 우주뿐만 아니라 지구의 자전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이다. 별 촬영은 크게 별의 점상 촬영과 궤적 사진으로 나눌 수 있다. 은하수를 찍을땐 셔터스피드 15~30초로 촬영하는데 그 이상 촬영하면 별이 흐르게 된다. 스카이트래커라는 별 추적 장치를 쓰는것도 한 방법이다. 별 촬영시에 꼭 필요한 준비물은 삼각대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놓고 릴리즈를 사용해서 카메라 벌브 모드를 사용해 최대한 떨림을 감소시킨다. 릴리즈가 없다면 카메라에 내장된 셀프타이머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별 타임랩스를 촬영하고 싶다면 카메라에 내장된 기능을 쓰거나 자동 연사 기능이 있는 전자 릴리즈 또는 리모컨을 사용하자. 별 사진은 후보정을 거쳐야 할 일이 많으므로 최대한 이미지 손상없는 RAW 파일로 촬영해야하며 수동 모드(M모드)로 설정 후 노출을 조절해가며 촬영한다. 하늘에 촛점을 맞출때는 수동으로 촛점을 무한대로 설정하고 조리개값을 열면 별이 더 크게 촬영된다. 별을 더 크게 촬영하고 싶을때 디퓨져필터나 소프트 필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갑천 위로 떨어지는 별똥별> 멍하니 열린 하늘을 감상하고 있으니 머리위로 빛이 하나 떨어진다. 유성이다. 흔히 별똥별이라 불리는 유성. 밤에 깨어있는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밤하늘이 선사하는 선물. 나는 이 커다란 선물을 받고서 어둠속으로 다시 힘껏 패달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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